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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1-08 02:11
설왕설래(추억속으로) 2004년3월에 올려주신글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550  

추억 속으로__

내 고향 남쪽 바닷가 마을을 갈려면,

차를 타고 달려서 운 좋게 떨어지면 일곱 시간이다.

그 일곱 시간 동안 잠시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 빼고는

또 다른 일에 시간을 주면 고스란히 그 시간을 더 얹어야 한다.

이렇게 예닐곱 시간을 달리다 보면 하나둘씩 눈에 익은 이정표가 보인다.

벌교에서 과역, 고흥을 지나면 도양이라고 적혀 있는 파란 이정표가 눈에 잡힌다.

그 무렵에 오랜 시간 이동으로 무겁게 가라앉은 몸떼기는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한다.

꼬불꼬불한 길을 털털거리며 더디게 가는 차 앞을,

조급해진 마음은 벌써 저만치서 뒤통수를 보이고 내달린다.

옳거니! 여기를 지나면 도촌이고 그 다음은 관리가 나올 테고...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위에 아직 뵈지도 않은 다음 풍경이 겹쳐지고

그 위에 포개지는 흑백사진들, 사진 속에 웃는 친구들, 나의 사랑들...

짧은 순간 나의 뇌리는 십수 년을 넘나들며 바쁘게 움직이다 쓰러진다.

그리고 다시, 나의 혼절을 깨우는 짜디짠 갯내음과 솔바람 소리.

이쯤이면 눈감고도 상류마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왼쪽으로 한때 귀신소동으로 시끄러웠던 저수지를 끼고돌면 고갯마루 주유소가 나온다.

덩그러니 노려보는 노란 주유소 간판을 잡아먹고,

차가 왼쪽으로 틀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뒤뚱거려 피곤한 앞머리를 숙이면,

바야흐로 시야는 넓어지고 동공을 꿰뚫고 들어오는 고향의 젖은 낯바닥들이여!

차는 곧게 뻗어 있는 내리막을 요동 없이 미끄러지고 조금씩 고향은 나를 품기 시작한다.

동쪽의 비봉산은 나의 왼쪽 어깨를 토닥여 주고,

바다건너 남쪽의 작은 섬 소록도는 나 좀 보자고 까치발을 한다.

북쪽의 장계산은 오랜만에 왔노라, 많이 변했구나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쯤 되면 서쪽의 잠두 앞바다야 비록 보이지는 않을망정 반가운 기척이야 느끼고말고.

고향을 떠나 야망과 욕정의 밤낮을 보내고, 쾌락을 좇아 비틀대며,

문명의 이기에 발길질 당하는 동안에도 너희들은 잘도 버텨 주었구나.

내 비록 짧은 세월을 살았으나 감히 말할 수 있다,

앞으로 천년을 산다한들 이보다 더한 감회는 없으리라고.

감개무량...내 지식의 한계로는 이 말밖에 쓸 것이 없다.

허기가 지기 시작한다. 긴 시간의 여행으로 피곤한 것도 사실이나,

고향의 젖 냄새는 피곤한 나를 열흘 굶은 승냥이로 만들어 버린다.

나는 이제, 게걸스럽게 먹고 갈 것이다.

먹다가먹다가 남는 것일랑 두 손 가득 바리바리 싸 갈 것이다.

오랜 고향과의 해후는 시간의 등을 떠밀어 금 새 밤을 맞게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추억 속으로 또다시 깊은 잠에 빠져든다.

항구의 겨울밤은 바다보다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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